영화이야기

남한산성 영화 리뷰 - 이시대의 리더와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경고(영화 해석, 인조, 삼전도의 굴욕)

미국독수리 2017. 9. 30. 18:18

요즈음 케이블 티비 방송인 소사이어티 게임2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니어스 게임의 후속작으로도 볼수 있는 이 예능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을 13일동안 감금하고 두개의 진영으로 나눈다. 한쪽은 독재자가 리더를 하고 다른 한 쪽은 민주주의로 매일 리더를 선발한다. 이 방송은 민주주의와 독재주의의 규칙 하에서 다양하고 특징있는 참가자들이 두뇌와 육체 능력을 가지고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방송의 묘미는 이 다양한 체제하에서 리더를 차지하기 위해 다툼을 벌이고 또한 그 리더가 위기를 극복하고 게임을 승리하는 모습을 지켜봄에 있다. 이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정종연 PD의 기획 의도는 민주주의와 독재주의를 가지는 독립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의게임쇼를 연출하는 것이다. 






독재주의와 민주주의, 둘 중 무엇이 우월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두가지 다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현재 우리는 민주주의를 살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다만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본다면 각각의 상황에서 능력있는 리더를 만난다면 국가가 흥하였고 그렇지 않은 리더를 만났다면 나라는 위기에 처해져왔다. 결국, 그 사회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의 체제보다는 리더의 역량과 구성원들과 리더의 팀워크에서 결정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훈 작가 원작인 영화 남한산성에서 "인조"라는 리더가 처한 상황은 절대 평범한 상황이 아니었다. 광해군이라는 왕이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실리를 취하는 균형있는 중립외교로 실리를 취하였다. 당시 조선은 임진왜란을 겪고 전국이 피폐한 상황이었으며, 조선이 황제로 모시는 명나라조차 임진왜란때 조선을 도와주느라 국력이 약해져 청나라에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권을 장악한 사림세력은 명나라를 배척한다는 광해군의 정책을 폐륜으로 일삼았으며 결국 반역을 일으켜 인조를 왕으로 추대한다. 인조 또한 청나라에게 반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자신의 기반 세력이 바로 성리학적 윤리관을 중시하는 사림세력이었기에 그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당시 청나라는 조선을 흠모하고 있었다. 세계 전역을 지배할 정도의 강대함을 가진 국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명과 조선의 관계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왕을 잡아 죽일 수 있었지만 청은 계속된 조선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회유책을 내세운다. 남한산성까지 도망간 조선군은 최명길을 앞세워 회유책을 묻고는 군사를 찔끔찔끔 이용해 청을 기만한다. 하지만 청은 끝까지 조선의 굴복을 기다린다.



영화는 조선의 신분제도의 불합리함, 기술을 등한시하고 글과 문장을 중요시하는 성리학 기반의 사회를 유념없이 보여준다. 전쟁통에서 삶과 죽음 앞에 놓여있음에도 그들은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다. 영화의 주제는 "리더와 구성원의 존재가치" 라고 생각한다. 전시의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리더는 모든 실무를 파악하여야한다. 전부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대신할 동료들을 통해 그것을 실현해야한다. 단순한 지론이지만 역사에서 되풀이 된 것은 현재도 작고 큰 사회와 공동체안에서 반복됨을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차있다. 자신의 실리를 챙기는 자,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하는자, 자신의 명예를 중시하는자, 아둔한 자 등 다양한 인간과 무리들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활용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결국 리더 혼자서는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없는 것이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든 구성원이 노력하여야 한다는 명확한 사실.. 그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데가 없으며 연출, 구성 또한 과하지도 않고 훌륭하다




김상헌은 영화막판 최명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낡은 것은 결국 이 세상이 모두 없어져 바뀌기 전까지는 없어지지 않는다" 모든 적폐, 부정부패, 권력세습 등 "힘"이라는 가치를 가진 것들은 결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짓밟고 없애려고 해도 없어지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다수보다 강한 모습을 보인다. 역사는 항상 되풀이된다. 영화의 끝에서 궁궐로 돌아온 이들을 뒤로하고 최명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궁의 문이 닫힌다. 기술과 능력을 등한시하는 어리석음은 이미 거기서 끝이났어야한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이나라의 흑역사는 이제 끝이 나야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 뿐 아닌 우리 구성원들의 노력도 절실하다.







PS. 

1. 가치있는 죽음을 택하겠다는 김상헌과 실리를 택하는 최명길은 인조반정에서의 1등 공신들이다.

2. 김상헌은 삼전도의 굴욕 후 자결하지 않고 유배를 간다. 유배후 조정에서 중책에 임명하였으나 거듭 사직하였으며 후에 별세한다. 그리고 그의 자손들은 안동김씨로 대대로 권세를 누린다.

3. 이조판서, 병조판서, 예조판서는 모두 같은 품계이지만 이조판서의 힘이 조금더 강했다고 할 수 있다.

4. 이시백은 전쟁후에 별세할때까지 병조, 이조, 형조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청렴함으로 이름을 떨쳤다

5. 최명길과 김상헌은 강화 후 청의 감옥에 갖혔는데, 벽하나를 두고 만나 화해를 하였다. 최명길은 유배가 끝난후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60세의 병든 노인이 되었으며, 인조가 병문안을 갔으나 일어나지 못하였다 그리고 2년뒤에 사망하였다.